<영상앨범 산> 삶이 녹아든 풍경 – 속리산둘레길

  • 2024.07.05 16:05
  • 3일전
  • KBS

충청북도 보은과 괴산, 경상북도 문경과 상주를 아우르는 총 208.6km의 속리산둘레길.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숲길과 마을길 그리고 옛길을 잇는 속리산둘레길은 빼어난 자연환경과 곳곳에 역사적인 이야기가 풍부한 트레일로 2023년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아홉 번째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그중 2016년 처음 개통된 보은의 속리산둘레길은 자연과 사람의 향기가 녹아있고, 세조의 숨결과 역사가 깃든 길. 옛이야기가 흐르는 청정한 자연 속으로 산림청장 남성현, 산악인 곽정혜 씨가 여정을 떠난다.

총 15구간으로 조성된 속리산둘레길 중 2구간인 ‘말티재 넘는 길’로 향한다. 말티재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속리산으로 가는 고갯길이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할아버지 작제건을 만나러 속리산으로 향하면서 험하고 가파른 고개를 넘기 위해 얇은 돌을 깔게 하여 길을 낸 것이 지금 형태의 시초라고 한다. 이후 조선의 세조가 지병 치료를 위해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넘었던 고갯길로 더 유명해진 말티재. 당시 세조가 임시로 대궐을 짓고 머물렀다고 하여 마을 이름이 붙여진 대궐터에서 걸음을 시작한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길을 걸으며 모처럼 만의 여유를 만끽한다.

2006년, 국내 여성 산악인 중 5번째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곽정혜 씨. 하산하는 과정에서 조난을 당해 왼손 손가락을 잃었지만, 산이 주는 즐거움을 놓을 수 없어 여전히 산과 함께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물오른 여름 숲을 걷다 보니 우거진 나무들에 둘러싸인 장재저수지에 닿는다. 맑고 깨끗한 물과 숲이 어우러져 여러 동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길손들이 쉬어가는 쉼터가 돼주는 장재저수지.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잠시 쉼을 얻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본다. 마을길과 숲길, 도로와 산길을 굽이돌며 걷는 여정. 길 따라 새겨진 이야기를 찬찬히 되새기며 걷는 것이 둘레길의 진정한 묘미 아닐까.

말티재란 이름은 세조가 고개를 넘으면서 길이 너무 가팔라 가마를 타고 갈 수 없어서 말로 갈아탔다 하여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해석으로는 말티재의 ‘말’이 마루 즉, 산 정상과 아주 높은 꼭대기를 뜻하며 ‘티’와 ‘재’는 고개의 중복된 어원으로 말티재가 ‘아주 높은 고개’를 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재미난 옛이야기들이 푸른 숲을 따라 묻어나는 길. 산림청에서는 2021년부터 국가숲길 제도를 마련해 속리산둘레길처럼 생태 환경적 가치와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숲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유순하게 올라서던 길은 말티재 정상에 가까워지자 점차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그 옛날 세조가 넘었을 길을 상상하며 걸으니 어느새 말티재 정상에 닿는다. 정상 옆에 세워진 말티재 전망대에 올라 구불구불 굽어진 발아래 고갯길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어서 보은 속리 정이품송에 닿는 일행. 세조의 행차를 위해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소나무답게 품위 있는 자태가 눈길을 끈다. 아름다운 자연과 재밌는 역사, 그리고 우리네 삶이 가득 담긴 속리산둘레길로 과 함께 떠나본다.

  • 출처 : KBS
  • KB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