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미래를 짓다, 제로 에너지 건축

  • 2024.07.04 14:21
  • 3일전
  • KBS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조성된 빌딩 숲, 그 건축물들이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탄소 배출의 원인을 제공한다. 건축 자재를 생산, 운반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막대한 에너지, 또 그 건축물을 유지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며 사용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막대하다.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촌의 기상이변으로 탄소중립이 필수가 된 시대, 우리는 어떻게 건축물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건축물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현대인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여기 부동산의 가치보다 건강한 미래에 가치를 두고 초단열 주택(패시브 하우스)을 지은 부부가 있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김영실, 김원식 부부는 자신의 이름 앞 글자를 딴 ‘영원재’에서 건강하고 쾌적한 집의 요건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이 집은 결로와 곰팡이 걱정 없는 고기밀, 고단열 공법으로 지었다. 또 온종일 집안을 쾌적하게 유지해 주는 폐열회수 환기장치, 고온 다습한 여름 날씨에도 에어컨이 따로 필요 없는 복사냉방 시스템까지 갖췄다. 지붕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요금도 사실상 들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 비록 시공비는 일반 주택보다 20~30% 더 들었지만, 건강과 에너지 비용 절감이라는 일거양득의 만족감을 누리고 있다.

초단열 주택은 시공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건물 틈새 사각지대에서 열이 새어나가는 ‘열교 현상’을 막기 위해 기밀과 단열에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200mm가 넘는 두께의 단열재를 외벽에 부착하는데, 그 틈새까지 막을 수 있도록 특별한 공법으로 시공한다. 이러한 기밀 시공은 집 안의 온도를 외부에 뺏기지 않아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결로와 곰팡이 없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에너지 자급 주택으로 거듭나게 된다.

에너지 자급 주택은 나아가 건축물로도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사옥 건물은 에너지 자립률 122%를 자랑한다. 이 건물은 연면적 3,274m² (약 992평), 7층 규모. 에너지 자립률 122%란 건물에서 자체 생산한 에너지를 100% 충당하고도 22%가 남는다는 의미다. 그 22%는 한국전력의 상계 거래 제도를 통해 요금을 돌려받는다.

건물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비결은 바로 외벽 마감재로 쓰인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 덕분이다. 지진 내구성, 방열, 배수, 방수 등의 기능을 탑재한 이 자재는 최근 에너지 자급 건축물이 확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건물엔 총 1,274개의 패널이 부착돼 있다. 더구나 에너지 자급 건축물로 짓게 되면 다양한 정부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반슈타트는 축구장 200개 크기 규모의 에너지 자립 도시다. 초단열 주택(패시브 하우스) 단지가 밀집한 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주거 공간은 물론, 공공기관, 민간 상업시설, 업무시설 등 모든 시설이 에너지 자급 건축물이다. 또한, 모든 건축물이 자원 재활용을 고려하고,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인공 수로와 건물 전체에 조성된 옥상정원, 건물 벽면의 수직 정원 등은 도심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하이델베르크시가 17년 넘게 투자한 노력의 결실이다. 미래형 에너지 자립 도시, 반슈타트의 어제와 오늘을 확인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나라도 에너지 자급 건축물을 활성화하고 있다. 부산에 조성된 국가 시범 도시 에코델타 스마트 빌리지. 이곳은 혁신적인 스마트 기술을 집대성한 에너지 자급 주택(제로에너지 주택) 단지다.

현재 입주 가구는 54세대. 주민들은 주차장 지붕의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공유 전기차를 이용하고, 마을에서 생산한 지열·수열 에너지로 냉난방을 공급받는다. 바로 마을 인근의 하천과 지하수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립률은 117%. 이는 연간 약 1300톤의 탄소를 저감하는 효과, 즉 소나무를 2,100그루 정도 심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건축물은 약 730만 동 정도다. 그중 35년 미만 노후 건축물은 연면적 기준으로 전체 건축물의 약 60% 정도다. 올해 어린이집과 보건소 등 공공건축물 약 529동이 정부 지원을 받아 에너지 자급 건축물로 리모델링될 예정이다. 신축 건물의 경우 2020년부터 1,000㎡ 이상의 공공건축물은 의무적으로 에너지 자급 건축물로 짓고 있다. 앞으로는 민간 건축물도 인허가할 때 그 최소 기준을 에너지 자급 건축물 수준에 맞추도록 단계적인 의무화가 추진 중이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8.5%나 된다. 심각해진 기상이변으로 탄소중립이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 시대, 건축물을 설계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연 우리가 몸담을 미래의 건축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KBS1 7월 6일 토요일 밤 10시 25분 ‘미래를 짓다. 제로 에너지 건축’에서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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