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토록 귀하다, 모든 날 – 경상남도 사천

  • 2024.07.04 15:40
  • 3일전
  • KBS

한려수도 거점도시 사천시는 서부 경남의 관문 항구로서 풍부한 수산자원과 해안평야의 비옥한 토지로 알찬 농작물을 키워내는 곳이다. 변화무쌍한 바다 앞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귀한 사람들을 만나러 278번째 여정은 경상남도 사천으로 항해한다.

사천은 싱싱한 수산물의 보고다. 어종이 다양해 풍부한 먹이 자원, 큰 조수간만의 차와 물길이 좁아 빨라진 유속으로 사천의 물고기는 탄력이 좋고 육질이 쫄깃하다. 예부터 3대 어항으로 유명한 삼천포항은 서울,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곳으로, 위판장에 들어서면 여전한 위용을 만날 수 있다. 제철이라는 갯장어부터 자연산 광어, 참돔, 갑오징어 등 새벽부터 기지개를 켜는 삼천포수협 활어위판장에서 펄떡이는 삶의 현장을 만나본다.

삼천포에 수산물 외에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은 꿀빵집이 있다. 마을 주민부터 여행객들까지 소위 ‘오픈런’을 해야 한다는 이곳의 꿀빵은 오후가 지나면 모두 완판된다. 겉이 과자처럼 바삭하고 안은 팥소가 가득해 완벽한 겉바속촉의 균형을 보여주는 사천식 꿀빵.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꿀빵을 만드는 부부는 사실 이제껏 제빵 경험이 전무하다. 그렇지만 10년 전 친구에게 배워 꿀빵을 만들고 있다. 5살 차이의 연상연하 부부는 결혼 37년 동안 한결같이 달콤한 꿀빵 같은 사랑을 키워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인이 되어주는 부부의 꿀빵을 만나본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산과 섬과 바다를 잇는 케이블카가 개통되었다. 각산에서 초양도까지 이동하는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타고 만날 수 있는 초양도는 낚시꾼들에게만 알려졌던 조용한 섬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유원지로 탈바꿈하여 관람차부터 회전목마, 경남 최초의 아쿠아리움, 동물원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다양한 생명들과 희귀동물을 마주하며 동심의 세계로 떠나본다.

예부터 마을의 아낙들이 모여 빨래했다는 송지천 옆 모정에 모인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국숫집이 있다. 동네의 아들이자 청년 사장 박영석 씨가 운영하는 이탈리아 음식점이다. 그중에서도 누구에게나 친숙한 고등어로 만든 파스타가 주력 메뉴다. 양식이 낯선 시골 마을에 음식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어디서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게를 차리고 싶었다는 영석 씨의 마음이 담긴 고등어 파스타를 맛본다.

드넓은 바다뿐만 아니라 반농반어 도시인 사천의 농민들은 벼농사가 끝나고 노는 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모작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980년대 이후 붕괴하다시피 한 우리 밀을 주로 심고 있다. 그 중심에는 1997년부터 토종 밀인 앉은키 밀을 심어온 구룡마을의 박성한 씨가 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토착한 앉은키 밀을 한창 수확 중인 우리 밀 1세대를 만나 우리 밀의 명맥을 잇는 뚝심을 들어본다.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503년에 지어져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봉명산 자락에 위치해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의 다솔사(多率寺)는 입구부터 군사처럼 빼곡하고 힘차게 솟은 솔숲이 장관이다. 대웅전 없이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도 다솔사의 또 다른 자랑이다. 그리고 1960년대 주지였던 효당 최범술 스님이 조성해 사찰을 병풍처럼 두른 야생차밭은 국내 차의 성지로 알려진 다솔사의 3번째 보물이다. 다솔사에서 재배된 우전차는 지혜의 이슬이라는 뜻의 반야로라고 하는데, 누구나 평등하게 차 문화를 즐겨야 한다는 효당 최범술 스님의 차도무문 정신이 깃들어 있다. 녹색 융단을 펼쳐놓은 듯한 차밭을 걷고 은은한 반야로 차 속에 마음을 비춰본다.

눈이 멀 만큼 노을이 아름답다는 뜻의 실안낙조가 있는 실안마을은 남해 지족마을과 함께 죽방렴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물이 들어오는 입구는 넓고 빠져나가는 쪽은 좁게 V자 모양으로 말뚝을 박아 만든 원시 어업 형태인 죽방렴. 아버지의 대를 이어 45년째 홀로 죽방렴 멸치를 잡는 남편 신형연 씨와 잡아 온 멸치를 삶고 말리는 아내 오성자 씨의 호흡은 죽이 척척 맞는다. 물살이 강한 사리 때 주로 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어장을 살피는 형연 씨는 물살이 약한 조금 때도 그물을 수리하느라 쉴 틈이 없다는데. 하루에 두 번 바다에 나가 멸치를 잡는 남편과 그를 위한 아내의 기도로 일궈낸 삶의 터전을 만난다.

이빨이 개처럼 날카롭다고 해 이름 붙은 갯장어는 온몸이 뼈이기 때문에 손질이 어려워 과거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사천에서도 잡힌 갯장어를 먹지 않았다가 27년 전 여름 동안 비수기인 횟집을 살리기 위해 김판선 사장님이 직접 여수에 가서 어깨너머로 칼집 기술을 배워왔다. 비늘 가까이에도 잔뼈가 가득 박혀있기에 뼈를 잘고 깊게 끊어주는 게 기술이란다. 고집스럽게 2~3년을 정진하며 체득한 기술로 남편에게 전수를 끝내고 지금은 아들 부부에게도 물려주고 있다는데. 가족이라는 보약이 있었기에 억센 인생길에서도 끝내 귀한 꽃피워 낸 가족의 갯장어 샤부샤부를 맛본다.

삶의 동력이 되는 활기 넘치는 이웃들과 생기 가득한 자연 풍경은 7월 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편에서 공개된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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