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굿파더’ 인규 씨와 ‘필리핀에서 온 내 아들’

  • 2024.08.02 17:13
  • 3시간전
  • KBS

인규 씨와 열한 살 아들은 까무잡잡한 피부, 밝고 자상한 성격, 남다른 언어 감각 등이 꼭 닮은 판박이 부자다. 알고 보면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자지간. 그러나 인규 씨는 민호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우리 아들’이라고 불렀다.

8년 전, 사업차 필리핀에 갔다가 식당에서 만난 조안 씨에게 첫눈에 반한 인규 씨. 당시 조안 씨는 미혼모로 18개월 된 아들 브라이언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아들이 있다는 조안 씨의 고백에도 인규 씨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고 두 사람은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국제결혼을 반대하는 가족에게 차마 아이 얘기까지 할 수가 없었던 두 사람은 아이를 필리핀에 있는 외갓집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연이은 사업 실패와 팬데믹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던 아들의 한국행.

아들이 보고 싶은 조안 씨의 그리움은 짙은 향수병이 됐고, 부모와 떨어져 혼자 커가는 아이가 인규 씨는 애처로웠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인규 씨는 마침내 지난 2월 민호를 한국에 데려와 브라이언에게 ‘김민호’라는 새 이름을 선물했다.

올해 열한 살인 민호는 아직 학교에 못 가고 있다. 필리핀에서 온 지 6개월밖에 안 돼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학교에 가고 싶은 민호는 집에서 그리고 복지센터에서 하루 여덟 시간씩 한국어 공부를 한다.

열심히 하는 아들이 하루빨리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려면 인규 씨도 복잡한 서류 작업을 해치워야 한다. 아들의 생부가 아닌 인규 씨가 법적으로도 민호의 보호자 노릇을 하려면 아들을 입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공부를 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등산을 하는 등 아빠와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오늘이 최고로 행복하다”는 민호. 아들이 곁에 있어 인규 씨도 행복하다.

올해는 함께 살자고 아내와 아이에게 한 약속을 이번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던 인규 씨. 게다가 부모가 가장 필요할 나이에 필리핀 외갓집에서 혼자 떨어져 지낸 민호를 한국에 데려오면 그 시간을 어떻게든 보상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 시작한 사업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바람에 한동안 안정됐던 형편이 다시 어려워졌다. 몇 달째 수입이 끊겨 생활비도 줄여야 하는 상황. 아내 조안 씨는 힘들다는 푸념 한마디 없이 식비라도 벌겠다며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식구는 늘었는데, 수입은 줄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지만, 가장을 믿고 응원해 주는 있는 가족이 있어 인규 씨는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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