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수해 그 후 다시 집으로

  • 2025.08.08 14:00
  • 3시간전
  • KBS

전국 각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 7월. 충청남도 예산에도 인근 하천이 넘치면서 밀려드는 물에 집안은 온통 흙탕물로 잠겼고, 논과 밭 축사 등 마을 곳곳에 피해가 속출하며 주민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말았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도 처음이라며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피해 복구를 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지금도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움이 되고자 찾아온 수많은 봉사자들도 함께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막막하기만 한 상황. 그래도 마을 곳곳에서는 다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마을의 유일한 아이들인 아름이네 삼 남매. 수해가 컸던 아름이네 가족들도 마을회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17일 새벽, 마을에 물이 차고 있으니 회관으로 대피하라던 이장님의 긴급 방송에 서둘러 집을 떠나온 할머니, 할아버지와 삼 남매.

제대로 된 살림살이 하나 건지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집이다. 침수 이후 도배, 장판 하나 없이 텅 비어있는 내부. 지은 지 100년은 됐다는 오래된 집은 침수까지 되며 더 위험한 상황이 됐다. 집안 곳곳 나무로 된 부분들은 물에 젖어 썩고 있고, 원래도 조금씩 기울어져 가던 집은 수해 이후 안전을 장담하기 힘들어졌다는데. 게다가 이번 수해로 한 해 농사도 모두 망치게 되면서 생계도 막막해진 가족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형편에 그저 속만 타들어 갈 뿐이다.

칠십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세 손주들이 언제까지 바깥 생활을 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 충격과 상심이 큰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아름이네 삼 남매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병충해 우려 때문에 텃밭을 갈아엎으며 새 농사 준비도 하고, 건질 게 뭐가 있을지 집에서 꺼내온 세간살이도 정리하고, 회관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심부름도 거드는 삼 남매.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첫째 아름이가 초등학생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생활하게 된 삼 남매. 공장에서 일하며 납품과 기계 수리를 위해 전국으로 출장을 다녀야 했던 아빠는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되지 않았다.

후두암으로 갑상선 절제 이후 몸이 약해진 할머니와 연로한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각자의 역할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던 아이들.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도 실업계로 진학하고, 일찍이 취업을 결정지은 아름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스스로 용돈벌이를 해왔고. 둘째 찬솔이 역시 누나처럼 가족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열심히 공부 중이다.

폭우로 대피하는 중에도 책가방만큼은 챙겼다는 찬솔이. 모텔에서도 마을회관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문제를 풀며 공부를 빼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매일 약을 챙겨 드셔야 하는 할머니를 위해 허리까지 오는 흙탕물을 헤치고 집에서 할머니의 약을 꺼내왔다는 보름이. 세 아이들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일이면 앞장서서 나서던 아이들이었다는데.

수해 이후 몸도 마음도 힘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걱정이라는 삼 남매. 바깥 생활이 힘들 텐데도 오히려 불평 한 번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할머니는 더 안타깝고, 속이 상한다고. 매일 소리 없는 눈물로 하루를 보내다가도 세 손주들을 생각하며 다시 기운을 차린다는 할머니. 오늘도 아름이네 가족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하며 버티고 있다.

*이후 510회 ‘열여덟 열혈남아, 달려라 기현아’ (2025년 6월 14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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