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호르무즈 청구서 : 이상한 전쟁 2'

  • 2026.06.23 15:54
  • 2시간전
  • KBS

100일 넘게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일단 멈춰 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대통령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군사 작전은 막을 내렸지만, 종전 협상 테이블 위에는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전후 재건 청구서가 놓였다.

은 무너진 미국의 안보 우산과 다극화되는 중동의 새로운 질서, 그리고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쥔 '호르무즈 해협'이 한국에 던지는 과제를 중동 현장에서 확인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취재에 나선 취재진은 두바이의 '이란 병원' 앞에서 현지 경찰에 연행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한국 취재진을 이란 간첩으로 의심할 만큼 UAE는 '이란'이라는 단어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 이면에는 전쟁 기간 이스라엘보다 걸프 국가들에 더 많은 화력을 쏟아부은 이란의 전략적 공습이 있었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균열이 가는 사이, 이스라엘과 밀착하는 UAE, 이와는 달리 파키스탄·튀르키예 등 새로운 우군을 찾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엇갈린 각자도생 셈법을 조명한다.

누구도 이란이 실제로 막을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던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전쟁을 통해 전 세계 물류와 공급망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이 증명됐다. 바닷길이 막히자 두바이와 도하 등 중동 현지의 한인 식당과 마트는 식자재 물류 대란을 겪었고, 해상 운임은 3배나 폭등했다.

이란은 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 삼아 자신들이 이번 종전 협상안 양해각서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동결자산 및 경제 제재 해제 약속을 받아냈다. 최소 3천억 달러에 달하는 전후 재건 기금도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미국은 직접적인 부담을 지는 대신 동맹국과 역내 파트너들에게 투자를 권장하겠다며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해 청구서를 돌리고 있다.

위기는 7천 킬로미터 떨어진 충남 보령 대천항까지 덮쳤다. 호르무즈 사태로 기름값이 오르면서 어민들이 어선에 쓰는 면세유 가격도 폭등했다. 여기에 어망 등 각종 자재비도 덩달아 값이 뛰고 있다.

위기는 어촌 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프타를 기반으로 하는 플라스틱, 고무, 일부 반도체 소재 등 한국 핵심 산업 전반의 약한 고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전쟁 전의 중동 질서와 에너지 안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혀 있던 한국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대사관의 끈질긴 외교적 조율 끝에 통행료 없이 해협을 빠져나온 첫 사례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시사한다. 무너진 질서 속에서 방산, AI, 원전 등 한국의 강점을 앞세워 중동의 새로운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한 실리 외교와 진출 전략은 무엇인지 모색한다.

‘호르무즈 청구서 : 이상한 전쟁 2’는 6월 23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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