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90세 목전에 찾아온 ‘제2의 신혼’...노부부의 세월 깃든 밥상!

  • 2026.04.22 09:21
  • 2시간전
  • KBS

밥은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길고 긴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많은 끼니를 마주하는 사이, 부부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을 마주해 온 낡은 밥상에는 희로애락이라는 인생의 모든 맛이 담겨있다. 때로는 쓴 눈물을 삼키고 때로는 웃음꽃을 반찬 삼아 넘겨온 세월, 밥상 속에 담긴 노부부의 깊은 정과 사랑을 통해 밥상의 참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보고 또 봐도 그리운 내 님’이라더니, 이곳 구암2리 마을에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손을 꼭 맞잡고 걷는 원앙부부가 있다. 육십 년을 사는 동안 “부부 싸움 한번 한 적이 없다”는 홍석복(88세), 신계순 씨(84세)가 그 주인공이다. 

남편 홍석복 씨는 4년 전 골반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집안일 대부분을 도맡아 한다. 다리 아픈 아내를 쉬게 하기 위해서다. 설거지와 요리만이 아내의 몫인 셈인데, 아내 신계순 씨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남편을 위해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로만 밥상을 차린다. 이렇듯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소박하지만 따듯한 밥상을 만난다.

푸르른 대나무밭이 감싸고 있는 전라남도 담양군 수북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입을 모아 ‘잉꼬부부’라 칭하는 이들이 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사랑에 푹 빠져 산다는 이근섭(89세), 이영숙(89세) 씨 부부다. 

철이 바뀔 때마다 아내의 겉옷과 속옷까지 직접 사다 줄 정도로 아내를 끔찍이 아낀다는 남편 이근섭 씨.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지금처럼 금슬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결혼한 지 2년도 안 돼 군대에 간 남편은 제대 후에도 줄곧 외지로만 나돌았기 때문이다. 늘그막에서야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는 노부부에게 지금은 그야말로 제2의 신혼이다.

홀로 살아온 날보다 함께 살아온 날이 더 많은 부부이기에, 밥상 위 음식 하나하나에는 추억이 깃들어 있다. 담양의 특산물인 죽순으로 끓인 죽순추어탕과 죽순전, 과거 시어른들의 속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쑤었던 땅콩죽, 그리고 바다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김무생채까지. 서로의 삶에 스며든 오랜 정 같은 사랑의 밥상을 만나러 간다.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산을 끼고 흐르는 강처럼 서로를 품어 안고 살아가는 노부부가 있다. 홍순옥(84세), 박점례(78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스무 살에 시집을 왔다는 박점례 씨. 혼례를 치르고 보니 두 살, 다섯 살, 일곱 살 등 밑으로 줄줄이 딸린 시누이와 시동생만 여덟 명이었다. 게다가 시조부모님과 홀로 된 시어머니까지, 남편이 모두 부양해야 하는 처지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어려서부터 다리가 불편했던 남편은 논밭 농사 대신 농업기술을 익히기 시작했고, 양봉부터 접붙이기, 자라 양식까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박점례 씨는 그런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60여 년을 실과 바늘처럼 꼭 붙어 다니게 되었다.

열다섯 식구의 밥상을 책임져 온 아내 박점례 씨의 손맛은 동네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강에서 잡은 붕어에 매콤하게 양념한 무를 위아래로 깔아 자작하게 졸여낸 붕어조림부터,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홍어무침, 그리고 부부의 인생을 일으켜 세워준 자라로 끓여낸 용봉탕까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전우애로 뜨겁게 살아온 부부의 인생 밥상을 만나본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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