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가을을 달리다 – 제천 동산

  • 2024.10.04 17:25
  • 3시간전
  • KBS

면적의 70%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청풍호를 펼쳐내 청산의 경관이 수려한 충청북도 제천. 제천은 월악산, 소백산, 치악산 3개의 국립공원 중심에 위치하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청풍명월의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동산은 남근석, 장군바위, 낙타바위 등 빼어난 기암괴석이 산재하여 암릉 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푸른 산자락 속, 아슬아슬한 바윗길을 펼쳐낸 제천 동산으로 러닝 전도사 안정은 씨가 여정을 떠난다.

먼저, 옥빛 물결이 흐르는 청풍호를 끼고 호수 일대를 자유로이 달려본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지나가고 찾아온 선선한 가을바람이 온몸을 스치며 상쾌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자연이 주는 기운에 힘입어 동산과 작성산 아래에 자리한 고찰, 무암사로 걸음을 이어간다. 통일신라 무렵, 의상대사가 절을 세울 때 어디선가 나타난 소 한 마리가 목재를 운반해 주었다는 전설이 깃든 무암사. 안개가 짙은 날이면 절 맞은편의 두 바위가 뚜렷하게 보여 ‘무암사(霧巖寺)’라 칭했다고 한다.

울창한 숲에 감싸안긴 고즈넉한 사찰을 둘러보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조선시대 도호부였던 청풍에서 바라봤을 때, 동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 동산. 이름만 들으면 아담할 것 같지만, 바위로 이루어진 굵직한 산세를 자랑하고 해발 900m에 가까운 아찔한 높이를 지녔다. 초가을의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갑작스레 안개가 드리운 초입의 무암계곡은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험하다고 알려진 산답게 평탄했던 계곡 길이 끝나자마자 가파르게 치고 오르기 시작하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점점 숨이 거칠어진다.

경사진 계단과 크고 작은 바위가 흩어진 산비탈을 꾸준히 올라 동산을 대표하는 바위, 남근석에 이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벼랑 끝에 서 있는 남근석.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며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친 압도적인 형세에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자연이 조각하여 만들어낸 신비로운 경관을 뒤로하고 다시 성봉을 향해 나아간다. 이제부터는 거대한 암릉 지대. 밧줄에 의존하여 절벽과 다를 바 없는 수직에 가까운 바윗길을 넘어선다. 양손까지 사용하여 온몸에 힘을 주고 올라서니,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금세 땀이 쏟아진다.

매서운 산행으로 몸은 고되지만,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에 눈은 즐겁다. 산 아래 자욱하게 깔린 운해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느덧 능선에 이르고, 산이 산객의 수고를 안다는 듯 조금씩 운해를 걷어내며 시원스런 비경을 내어놓는다. 굽이치는 산 너울 사이로 빛나는 청풍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초록 잎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단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숲길을 빠져나오자, 마침내 해발 892m의 중봉에 닿는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마지막 푸른빛을 발하며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제천 동산을 과 함께 만나본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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