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햇살이의 아빠가 된 안승준 씨(44).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재우는 것까지 전담한다. 마흔 넘어 얻은 아들이라 예쁘기도 하지만, 이렇게 육아를 도맡아 하는 건 아내, 공혜균 씨(42)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사실 승준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집안일도 양껏 도와주질 못하는데, 육아라도 나눠서 하고 싶다. 맹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승준 씨는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1등을 했을 만큼, 공부도 잘했는데 열세 살 때 뇌수술을 한 후, 갑자기 시력을 잃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어린 아들이 앞을 못 보게 됐으니, 부모님은 억장이 무너졌다. 아들이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속을 끓였는데 어느 날, 복덩이가 나타났다.
승준 씨 아내, 혜균 씨는 비장애인이다. 국제 보건을 전공하고 NGO에서 일하던 시절, 장애인 교육 영상을 찍기 위해, 강사를 섭외했는데, 그게 바로 승준 씨였다. 구김살 없고 지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꼈고, 일주일 만에 연인이 됐다. 그런데 결혼에 이르는 여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 부모님은 “이젠 내 딸이 아니다” 절연을 선언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고, 아들 ‘햇살이’를 낳았다. 햇살이는 ‘내 아들의 인생이 따듯하고 밝았으면’이라는 소망을 담은 태명이다.
햇살이는 부부의 바람대로 잘 웃고, 순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엄마 아빠에게 선물처럼 와 준 지 벌써 200일. 예쁜 옷 차려입고, 세 식구의 빛나는 순간을 사진에 담아본다.
갑작스러운 실명으로 캄캄한 절망 속에 갇혀 있을 때 내 인생에는 결혼도 아이도 행복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을 뿐, 구름 뒤에는 찬란한 태양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찾아온 모든 기적 가운데 가장 반짝이는, 너는 나의 햇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