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위대한 국가대표'

  • 2024.07.23 10:14
  • 3시간전
  • KBS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선수단 결단식에서는 '이기자 대한건아'라는 노래를 합창하는 것이 관례였다. 군가풍으로 구성된 '이기자 대한건아'는 '이기자~ 이기자~이겨야 한다'라는 가사에서 나타나듯이 금메달과 국가주의의 상징과도 같았 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결단식에선 IVE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2024년 결단식에 참가한 선수들은 SG워너비의 노래를 함께 불렀는데, 이런 모습은 시대 변화와 함께 달라진 올림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을 끈 종목은 여자배구였다. 올림픽 3관왕이 나온 양궁이나, 2회 연속 금메달을 딴 펜싱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여자배구는 4강전에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3~4위전에서 패해 메달은 놓쳤지만, 여자배구를 비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2020 도쿄 올림픽 전체 시청률 1위는 야구나 축구가 아닌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의 중계방송이었다. 우상혁도 여자 배구처럼 메달을 따지는 못하고 4위를 기록했지만, 다른 메달리스트 이상으로 주목받았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착지 실수 속에 은메달을 땄던 남자 체조의 여홍철 선수가 고개를 숙인 채 귀국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거보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가운데, 메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의 확산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이른바 MZ세대 선수들이다. 일부 선배들은 MZ세대 국가대표 선수들이 예전보다 국가관이 떨어지는데다, 훈련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대한민국의 올림픽 성적이 떨어진 데에는 개인주의적인 MZ세대들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명 80~90년대 선수들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훈련량이 줄어든 건 맞다. MZ세대 국가대표 선수들은 무조건 많이 훈련하는 것보다는 과학적인 훈련 방법과 데이터 분석, 그리고 스스로를 위한 자발적인 훈련이 이뤄졌을 때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22개 종목, 114명의 선수단이 출전하는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남녀 축구를 비롯해 남녀 농구와 남녀 배구 등 구기 종목에서 대거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16위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파리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목표를 5개로 더 낮춰 잡았다. 우리나라는 양궁과 배드민턴, 펜싱 등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선우와 김우민이 출전하는 남자 수영과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도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시대 변화와 함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MZ세대가 대표 선수가 되면서 과거 세대와의 갈등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1984년 부상 투혼 속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딴 유인탁 전 진천 선수촌장과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되는 수영의 황선우는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재 유인탁과 MZ 황선우의 우정은 위기에 빠진 한국 스포츠의 재도약을 이끌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와 과거 세대 국가대표들이 말하는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의 육상 도쿄 그랑프리, 남자 수영 대표팀의 스페인 전지훈련을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동행 취재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 취재를 통해 현지의 분위기 역시 생생하게 전한다.

  • 출처 : KBS
  • KB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