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남부에 자리한 쓰촨성은 삼국지의 무대, 사천요리의 고향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오래된 문화 등 더 다양한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티베트 불교에서 중요한 성산으로 여겨지는 거니에션산이 자리한다. 해발 6,204m의 거니에션산은 ‘헝두안산맥의 심장’이라 불리며 설산과 원시림이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을 자랑한다. 석가모니가 ‘청정한 수행의 성지’라 칭송한 전설도 전해진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깊은 역사를 품은 중국 쓰촨성의 거니에션산으로 산악 사진가 이상은, 여행 작가 이정화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중국 윈난성에서 진사강이 가로막고 있는 경계를 넘어 쓰촨성으로 들어선다. 유장하게 흐르는 진사강은 장강(양쯔강)의 상류로 깊고 너른 강폭이 인상적이다. 쓰촨성 리탕현에 도착한 일행은 마오야 대초원의 광활한 자연을 마주한다. 7월에서 9월까지 너른 초지는 해발 3,000m 이상에서 사는 크고 검은 야크들의 방목지이자 유목민들의 터전이 된다. 티베트인들의 척박하지만 순박한 삶을 마주하며 해발 4,500m에 위치한 하이즈산(해자산)으로 향한다. 과거 빙하 지대였던 해자산에는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천여 개의 호수를 품고 있다. 그중 하나인 쯔메이후(자매 호수)가 흩날리는 눈발 속에 아름답고도 숭고한 풍경을 그려낸다.
일행은 저바촌을 들머리로 거니에션산의 신비로운 호수인 ‘거니에즈옌(거니에의 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해발 4,000m 이상의 티베트 고원에서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외부인의 시선에서는 고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자연과 종교에 기대어 평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 헝두안산맥의 장엄한 산군을 배경으로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진다. 희박한 산소로 숨이 가빠도 설산 아래 펼쳐진 대자연의 경관이 걷는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드높은 설산들에 둘러싸인 ‘거니에의 눈’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의 눈을 닮아 티베트인들은 이곳을 ‘천국의 눈’이라 부르며 신앙적 성지로 여긴다. 오랜 세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원시 자연 그대로 보존된 이곳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듯 시간의 흐름마저 잊게 만든다. 일행은 장대한 풍경을 만끽하며 묵묵히 길을 따라 걸어간다. 이내 짙은 안개가 주위로 내려앉아 신비로운 분위기가 한층 더해진다.
마침내 오늘 여정의 목적지인 거니에션산 라저에 도착한 일행. ‘라저’는 산길이나 주요 봉우리에 흙과 돌을 쌓아 롱다와 타르초를 묶어 놓는 성스러운 장소로 티베트인들이 정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곳이다. 향이 피어오르는 제단 앞에서 일행도 자연과 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기도를 올린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은 이 순간 길 위에서 얻은 새로운 깨달음이 마음을 채운다. 자연과 신앙이 조화를 이루는 중국 쓰촨성의 거니에션산을 과 함께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