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한 산들이 도시를 감싸며, 멋진 동해를 품고 있는 부산광역시 북동부 기장군은 부산을 대표하는 특색있는 여행지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에 강제 동원으로 이주했던 사할린 동포와 가족들이 모여 살 수 있도록 재외동포청이 영주귀국과 정착을 지원한 부산 기장은 이제 재외동포들에게 따뜻한 집이기도 하다. 청룡의 기운과 함께 열린 2024년 첫 번째 동네한바퀴를 부산광역시 기장에서 시작한다.
전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해동용궁사.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기장의 시원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신년 명소다. 일출 명당 용궁사에서 새해를 기분 좋게 맞이하고 동네 한 바퀴 시청자들의 꿈도 이루어지기를 빌며 동네지기 이만기가 2024년 첫 동네한바퀴 여정을 시작한다.
시장 옆, 평범하지만 자세히 보면 특이한 가게 하나가 있다. 꽃을 예쁘게 말려 스탠드, 양초 등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압화 작가 이경숙 씨의 공방과 바로 옆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뜨거운 김 폴폴 나는 떡집이 한 집처럼 붙어 있다. 두 개의 간판, 두 개의 문을 열고 떡집과 공방으로 들어가면 내부 뒤편은 통하게 이어져 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내의 압화공방과 남편 김회준 씨의 떡집이 함께 있는 풍경. 서로 다른 꿈을 응원하며 같은 공간에서 두 개의 꿈을 펼쳐가는 부부의 정다운 오늘을 만나본다.
초등학생 때 골프를 시작해 15년을 프로골퍼로 활약한 박혜라 씨는 10년 전 부상으로 골프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기장에서 유명한 미역과 다시마. 그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2차 가공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장군 일광읍 바닷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께 조언을 얻어 미역페스토, 미역장아찌, 다시마피클 등, 기장의 특산물인 미역과 다시마로 신세계를 열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프로선수의 끈기와 인내로 다시 또 도전했다는 횟집 딸 혜라 씨의 열정이, 대변항 푸른 바다의 기세보다 높고 힘차다.
한적한 기장읍, 조용한 길 위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집이 있다. 그 집 대문엔 진공관앰프연구소라는 특이한 팻말이 붙어 있다. 전직 교사였던 김용호 씨가 이 작은 연구소를 만든 건 24년 전. 어릴 때부터 전기, 전자 쪽으로 호기심 많았던 그는 명예퇴직으로 교직을 떠난 후, 좋아하는 취미인 진공관앰프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전문가가 되는 법. 그저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을 뿐이지만, 지금은 전문가 못지않게 앰프를 만들고 있다. 희귀암으로 떠난 아내가 수없이 남긴 그림들이 가득한 작업실에서, 아내와 행복했던 시간을 그리며, 진공관앰프를 만드는 남편. 쓸쓸하지만 따뜻한 그 공간에서 이만기가 누군가의 꿈이 만들어 낸 진공관앰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여정을 쉬어간다.
정관읍에서 2대째 숯으로 구이판을 만드는 노동균 씨. 쇠로 만드는 구이판과 달리 숯구이판은 연기와 냄새가 적고 눌어붙지 않아 건강한 웰빙 구이 판이다.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동균 씨는 8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얼떨결에 숯구이판 공장을 이어서 하게 됐는데, 열 가함과 식힘의 연속으로 고된 작업을 요하는 극한의 직업이지만 숯구이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아버지의 평생의 꿈이자 일이기 때문이란다.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아들의 마음과 의지를 동네한바퀴가 응원한다.
연화리 바닷가를 걷다가 접어든 주택가에 맛집들이 몇 곳 모여 있는데, 마침 붕장어를 차에서 내리고 있는 윤재홍, 이민정 부부를 발견한다. 1965년 어머니인 이송자 여사가 기장의 유일한 섬인 죽도에 놀러 오는 여행객들에게 막걸리와 생선회 안주를 팔다가 지금의 자리에 작은 식당을 열게 되었다. 매년 붕장어 축제가 열릴 만큼 바닷장어인 붕장어는 부산 기장군의 명물인데... 이 집엔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메뉴 하나가 있다. 긴 시간 정성으로 고아 만드는 ‘붕장어국찜’은 바닷장어와 방앗잎, 고사리, 도라지, 전복 등의 귀한 재료들을 쏟아부어 국도 아니고 찜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특이한 보양식이다. 국물에서 건더기까지 통째로 한 그릇 다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는데, 어머니의 손맛뿐 아니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섬에 노무자로 강제 징벌당해 끌려간 한국인들이 있다. 재외동포청은 그들의 아픈 눈물을 닦아주고자 2020년 제정된 에 따라 사할린동포들과 가족의 영주귀국과 정착을 돕고 있다. 그 송환 계획으로 현재 인천, 경기도 안산, 부산 기장군에 사할린 동포들이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 거주 중이다.
기장군의 아파트촌, 정관신도시에는 108명의 사할린 동포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데, 사할린 1세대인 88세 김부용 어르신은 5살 때 아버지가 계신 사할린으로 넘어가 70년을 타지에서 고생하다가 2009년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부모님이 아리랑을 부르며 늘 고국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 꼭 한국에 와 마지막 여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단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타지에서 한국음식의 그리움을 채워주던 연어 깍두기를 담가 나누어 먹으며, 돌아와 따뜻하게 안긴 제2의 고향인 부산 기장군에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사할린 동포들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오랜 꿈들이 반짝이는 부산 기장군의 이야기를 동네한바퀴가 2024년 신년 특집으로 1월 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시청자의 안방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