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뿌리채소의 大 활약! 접짝뼈국·당근밥·시래기콩탕

  • 2025.02.12 11:18
  • 2시간전
  • KBS

모든 생명이 봄을 기다리며 멈춰 선 시간 언 땅에 깊고 단단하게 내린 뿌리는 추위를 견디며 땅의 기운을 그대로 품는다. 추울수록 맛있어지는 겨울 월동 무와 당근! 각종 단지무와 의성배추, 흰고구마... 한겨울에 수확하랴 바쁜 농부들의 노고와 뿌리처럼 깊은 삶의 내력이 담긴 음식들!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는 겨울 보약 겨울에 제힘을 발휘하는 뿌리채소들을 만나본다.

전국 무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제주 ‘월동 무’. 그중에서도 월동 무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성산읍의 겨울은 분주하다. 성산읍 신풍리는 드넓은 무밭과 밭담을 따라 오래된 초가집과 연자매(말방아), 당숲 등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겨울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초록으로 가득한 들녘은 무 뽑기가 한창이다. 채소가 귀한 겨울에 수확하는 월동 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농부들은 겨울이 가장 바쁜 계절이 되었다. 제주어로 ‘놈삐’라고 부르는 무는 텃밭인 ‘우영’에 심어두고 겨우내 먹었던 없어서는 안 될 겨울 식량. 겨울 무는 산삼 못지않게 영양이 좋아 동삼(冬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약이 없던 시절에는 기침이 멎지 않는 자식을 위해 무를 조려서 만든 무조청을 한 술 떠먹이기도 했었는데.

돼지의 앞다리 사이 뼈인 ‘접짝뼈’와 무청, 무를 비져 넣고 푹 고아낸 접짝뼈국은 잔칫날에나 먹던 귀한 음식. 무와 마찬가지로 가장 흔했던 메밀은 반죽을 얇게 부쳐내 무채를 올려 빙빙 말아내면 ‘빙떡’ 완성. 삼삼한 빙떡에 빠질 수 없는 옥돔구이까지. 바람과 돌이 전부였던 섬. 돌멩이에 빌 정도로 척박했던 섬, 추위를 견디고 단맛을 품은 무처럼 고단한 섬살이를 이겨낸 신풍리 사람들을 만나본다.

우리나라 당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 구좌읍. 제철을 맞아 1년 중 제일 바쁜 시간을 살고 있다는 김슬기(46세), 김우람(45세) 남매를 만난다. 바람도, 돌도 많은 제주에서 ‘돌담’은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집에 쌓으면 ‘집담’, 울타리처럼 쌓으면 ‘울담’ 다양한 이름 따라 제주에는 다양한 돌담들이 존재한다. 돌로 가득한 험한 땅, 맨손으로 돌을 캐고, 밭을 일구며 그 많은 돌은 밭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밭담처럼 든든한 마을 사람들이 있어 남매는 낯선 제주살이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제 4년 차 초보 농부인 남매는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지만, 마을 사람들을 스승 삼아 배우고 있다고. 해녀들의 도구인 ‘비창’을 이용해 당근이 다치지 않게 수확하는 것은 물론, 제주에서만 자라는 토종 흰고구마와 단지무를 농사지으며 어엿한 제주 농부가 되어가고 있다.

당근 농사만 50년. 당근 농사에는 빠삭해도 내다 팔기 바빠 음식으로는 먹어본 적 없다는 이인순(80세) 어르신을 위해 초보 농부들이 솜씨를 발휘해 본단다. 깍둑썬 무 대신에 당근을 넣어 버무린 당근깍두기와 채 썬 당근을 달달 볶아 불린 쌀 위에 올려 지은 당근밥. 배고팠던 시절, 배부르진 않았어도 뜨끈하게 허기를 달래주었던 흰고구마메밀범벅과 무콩국까지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남매와 마을 사람들의 밥상에 함께해본다.

추억의 찐빵부터 구수한 냄새 풍기는 뻥튀기까지 온갖 먹거리들도 가득한 오일장에 금슬 좋기로 소문난 손현숙(66세) 씨, 심충택(68세) 씨가 장 구경을 나섰다. 6년 전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귀농한 부부는 도시 생활을 오래 했지만, 시골에서 자란 터라 자연스럽게 시골로 돌아오게 되었단다.

귀농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을 듣던 부부는 작고 생김새도 울퉁불퉁하지만 맛 좋은 토종작물에 관심갖게 되었고, 토종 배추인 ‘의성배추’를 비롯해 ‘갓무’, ‘삼동파’, ‘흑찰옥수수’등 여러 작물을 심으며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내가 농사지어 직접 거둔 씨앗을 뿌려 수확했을 때의 뿌듯함이 토종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데.

뿌리가 무처럼 크게 자라는 ‘의성배추’는 배춧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잎은 잎대로, 뿌리는 뿌리대로! 배추뿌리를 쪄서 콩가루에 묻혀 먹던 배추뿌리콩가루찜은 간식이 귀하던 시절의 별미. 무청보다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 배추시래기로 만든 배추뿌리코다리찜과 콩물을 넣어 팔팔 끓인 시래기콩탕까지 추위에 움츠러드는 몸과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한 끼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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