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등대처럼 불을 밝히며 허기진 이들을 맞이하는 24시 해장국집. 새벽까지 깨어있는 사람들에게 해장국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잃어버린 온기를 되찾아 주고 지친 몸을 달래주는 뜨끈한 위로다. 유난히 시렸던 올겨울, 대도시를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과 해장의 현장을 기록했다.
도시의 새벽을 여는 한 해장국집. 빠듯한 시간을 쪼개 해장국 한 그릇을 급하게 비우고 출근하는 공업사 사장님과 20년간 매일 아침 식사를 하러 들른다는 택시 기사님, 그리고 그들을 위해 52년째 새벽 4시에 문을 여는 해장국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때 숙취 해소용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지친 속을 풀어주는 뜨끈한 국물의 대명사가 된 해장국. 선짓국, 감자탕, 콩나물국밥과 북엇국까지. 해장국은 어떻게 대도시 노동자들의 음식이 되었을까.
밤이 깊을수록 더 뜨거워지는 대한민국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 가락시장. 치열한 경매가 끝난 새벽, 이곳만의 특별한 ‘배달 해장’이 펼쳐진다. 밤샘 작업자들은 뜨거운 국물로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경매사들은 경매장 옆 포장마차의 동태탕으로 피로를 푼다.
한편, 사건 사고로 긴 밤을 보낸 영등포 중앙지구대의 경찰들은 컵라면 하나로 노고를 달래고,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대학병원 의사들은 식은 해장국 한 그릇에 기대어 밤의 노동을 버틴다.
새벽 4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한 남구로역 인력시장. 얼어붙은 건설 경기로 천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일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간다. 닷새째 허탕을 친 일용직 노동자들은 순댓국 한 그릇으로 허한 속을 채우고, 내일은 다를 거란 기대를 품어본다. 올겨울도 뜨거운 국물로 하루를 버텨낸 사람들. 우리가 해장국을 찾는 이유는 과연 살기 위해서일까, 그저 버티기 위해서일까.
영화 ‘범죄도시’, ‘극한직업’, ‘아마존 활명수’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친 배우 진선규. 긴 촬영을 마치고 지친 밤, 그가 찾은 곳도 24시 해장국집이다. 선지해장국 국물 한 숟가락에 하루의 피로를 덜어내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는 진선규. 그의 목소리로 만나는 KBS 다큐인사이트 은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